고구마를 심는 시기를 결정할 때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이제 심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4월 10일 쯤 지나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재래시장에서 고구마순을 파는 상인들이 많고, “날이 이렇게 따뜻한게 당연히 심어도 된다”고 말하면서 판매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날씨가 따뜻하다고 느끼는건 공기 온도(기온)가 높을 때이고, 실제로 고구마의 활착과 생육에 영향을 주는 건 공기 온도가 아니라 흙 속 5~10cm 깊이의 온도(지온)입니다.
기온과 지온의 차이, 고구마 심기에 적정한 시기, 그리고 너무 빨리 심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기온 vs 🌱 지온, 무엇이 다른가요?
늦가을에 갑자기 며칠 한파가 온다고 갑자기 땅이 얼지 않고, 이른 봄에 며칠 따뜻하다고 금방 땅이 녹는 것도 아닙니다.
2월 중순인데도 봄이 왔구나 싶을 정도로 포근한 날에 땅을 파보면 땅 속은 여전히 얼어있고, 땅이 녹아 삽이 들어가려면 빨라도 3월 초중순은 되어야 합니다.
기온은 4월 초에 20℃를 넘어 얇은 옷을 꺼내 입었다가 한달 후에 온도가 떨어져 다시 두꺼운 옷을 꺼내입을 정도로 오르내림이 심하지만, 지온은 아주 느리게 꾸준히 상승하면서 기온을 따라갑니다. 이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파종 기준은 ‘지온’을 따라야 합니다
고구마를 심는 날의 대기 온도는 중요하지 않고 흙 속의 온도가 18℃에 도달했는가가 중요합니다.
고구마는 지온이 적어도 15℃ 이상일 때 심는게 좋고, 지온이 18℃ 이상일 때 뿌리가 잘 뻗고 줄기 생육이 왕성합니다.
- 지온 15℃ 이하: 뿌리 활착이 느리고, 병해에 쉽게 노출됨
- 지온 18~25℃ : 고구마 순이 활착하고 생장이 빠름
⚠ 고구마를 너무 일찍 심으면?
기온만 보고 4월 초에 고구마를 심었다가 다음과 같은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활착 불량: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순이 말라버림
- 성장 정체: 지온이 낮아 순이 한동안 자라지 않음
- 병해 증가 : 정체된 상태에서 뿌리부패병, 흑반병 등의 위험 증가
- 수량 감소: 결국 가을에 수확할 덩이뿌리가 작고 수량이 적어짐
특히 고구마는 서늘한 온도에 매우 약한 작물이므로 지온이 안정적으로 올라오기 전에는 절대 정식해서는 안 됩니다.
✅ 그렇다면, 언제 심는 게 가장 좋을까요?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구마 수확량은 5월 중순~하순에 심을 때 최대가 됩니다.
- 정식 적기 : 5월 중순 ~ 하순 중부 지역 (대전) 기준
✅ 최대한 늦게 심으려고 한다면
일찍 심으면 안된다는 글을 지금껏 썼는데 반대로 최대한 늦게 심는다면 언제까지 심을수 있을까요? 중부지방의 경우 고구마 수확이 가능한 파종의 한계는 6월말까지입니다. 다만 5월 중순에 심을 때에 비해 수확량은 30% 정도 감소합니다.
그런데 5월 20일 정도 이후에는 고구마 순을 찾는 손님이 극히 드물어 시중에서 구입하기는 힘들고, 산지에서 택배로 구입해야 합니다.
요즘 며칠 날씨가 따뜻하다고 서둘러 심기보다는 땅 속 온도까지 고려하여 제 때 심으면 더 튼튼한 고구마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올해도 풍성한 고구마 수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