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365

상토와 마사토에는 토양 미생물이 없다? 식물이 힘들어하는 이유

May 22, 2025

화분에 상토를 채우고 채소를 심을 때 또는 마사토로 나무를 심을 때, 분명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햇빛도 잘 들어오는데 식물이 시들시들하거나 뿌리가 부실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혹시 양분이 부족한가, 병에 걸렸나”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흙 속의 생명체, “토양미생물이 결핍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않을 것 같습니다.

흙 속에서 일하는 토양미생물, 작물 생장에 꼭 필요합니다

흙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식물의 생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력자들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토양미생물입니다.

토양미생물은 단순히 흙에서 살고 있기만 한게 아니라 식물과 공생 관계를 맺으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토양미생물은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다양하지만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 콩, 팥 재배에 필수적인 뿌리혹박테리아

    콩과에 속하는 작물을 재배할 때는 다른 작물과 다르게 ‘비료를 덜 줘도 잘 큰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겁니다. 그것은 바로 뿌리혹박테리아 Rhizobium이 작물의 뿌리에 혹처럼 생긴 결절(뿌리혹)을 형성한 후 공기 중의 질소 (N₂)를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암모늄(NH₄⁺) 형태로 바꿔주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밭에 심은 콩인데, 어떤 줄은 잘 자라고, 어떤 줄은 덜 자라른 것은 토양 내 뿌리혹박테리아 분포에 편차가 크기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잘 자란 쪽은 뿌리에 붉은색 뿌리혹이 많고, 덜 자란 쪽은 그렇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요소를 분해하여 흡수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요소분해균’

    요소비료를 흙에 뿌리면 세균이 ‘요소분해효소(urease)’를 생성하고, 이 효소가 요소비료를 암모니아(NH₃)로 분해하고, 다시 물에 녹아 암모늄(NH₄⁺)으로 전환됩니다. 이런 일을 하는 미생물은

    Sporosarcina pasteurii, Corynebacterium spp., Pseudomonas spp. 등이 있습니다.

    이 미생물이 일을 해줘야 요소비료를 뿌리가 흡수할 수 있게됩니다.

  • 퇴비를 분해해주는 퇴비 분해 미생물
    • 퇴비 속의 식물 잔재물, 가축분, 톱밥, 낙엽은 퇴비 분해 미생물이 분해해줘야 무기 양분으로 바뀌어 뿌리가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 미생물이 일을 하지 않으면 퇴비는 그냥 유기물 덩어리 상태로 남아있게됩니다. 대표적인 퇴비분해균은 다음과 같습니다.
      • Bacillus subtilis : 단백질 분해
      • Cellulomonas spp. : 셀룰로오스 분해
      • Trichoderma spp. : 곰팡이성 유기물 분해
      • Actinomycetes : 목질성 물질 분해
    • 퇴비 분해 미생물이 부족한 흙에서는 퇴비를 넣은 후 며칠이 지나도 냄새가 오래가고, 퇴비가 뭉쳐 남아있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미생물 활동이 활발한 토양에서는 퇴비 냄새가 며칠만에 사라지고 곧 거름으로 전환됩니다.
  • 황을 황산염으로 바꿔주는 황 산화균
    • 토양미생물 Thiobacillus는 황(S)을 황산염(SO₄²⁻)으로 산화시켜 식물이 뿌리로 흡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미생물이 없으면 황을 아무리 많이 뿌려줘도 식물이 흡수하지 못합니다.
  • 흙 속의 병균을 먹이로 삼는 길항균
    • 작물 뿌리가 잘 자라던 중 서서히 시들어간다면 뿌리가 병에 걸린 것일 수 있습니다. 토양 내에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많으면 뿌리가 병에 걸립니다.
    • 흙 속엔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작물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이고, 다른 일부는 그런 병원균을 억제하거나 직접 공격하는 길항균입니다. 길항균은 병원균과 생존 경쟁을 합니다. 길항균이 풍부한 흙이라면 병원균이 증식하기 전에 영양분을 선점하거나, 항균물질을 내뿜어 병원균을 사멸시킵니다.
    • 병원균을 공격하는 길항균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Trichoderma harzianum (곰팡이성 병원균 억제, 특히 뿌리썩음병, 덩굴마름병)
      • Bacillus subtilis (곰팡이, 세균성 병 억제)
      • Pseudomonas fluorescens (병원성 곰팡이 포자 발아 억제)

상토, 마사토에는 토양미생물이 없다.

식물을 심을 때 사용하는 상토나 마사토는 배수가 잘 되고 뿌리가 뻗기 쉽고, 무엇보다 벌레 걱정이 없어 초보자들이 선호하지만, 결정적으로 토양미생물이 없어 식물 성장에 부적합한 토양입니다.

  • 상토는 대부분 코코피트, 피트모스, 펄라이트 등 살균 처리된 무균성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 마사토는 화산재에서 유래한 무기질 위주의 흙으로 미생물이 거의 없고, 미생물을 주입한다해도 미생물이 서식하기에는 매우 열악한 환경입니다.

따라서 이런 토양을 그대로 사용하면, 식물 뿌리 주변에 미생물 생태계가 형성되기 힘듭니다. 눈에 보기엔 깨끗하고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죽은 흙입니다.

토양 미생물이 없는 흙에서 식물은…

  • 뿌리 발달이 느리고 약해집니다.
    • 일부 미생물은 식물의 뿌리 주변에서 뿌리 생장을 유도하는 호르몬을 만듭니다.
    • 이런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는 뿌리가 왕성하게 뻗지 못해 물과 양분을 효율적으로 흡수하지 못합니다.
  • 비료를 줘도 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고, 효과가 짧게 끝납니다.
    • 미생물은 흙 속의 유기물과 비료를 식물이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분해해 줍니다.
    • 하지만 미생물이 없으면, 비료를 줘도 식물이 흡수하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집니다.
    • 건강한 토양에서는 유익균이 병원성 미생물과 경쟁하고, 직접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조금 어려운 말로 길항작용이라고 합니다.
    • 미생물이 없는 흙에서는 면역 체계가 없는 식물처럼 병에 쉽게 걸리고 회복도 더딥니다.
  • 흙의 물리성이 불량합니다.
    • 미생물은 흙의 구조를 개선하고, 산소와 수분 흐름을 조절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토양을 입단화한다, 떼알구조로 바꿔준다고 합니다.
    • 그러나 토양 미생물이 없으면 흙이 빠르게 굳거나 배수성이 나빠져 통기성 불량, 수분 과잉 등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토양미생물, 그냥 기다리면 저절로 생길까?

자연 환경에서는 몇 백 년에 걸쳐 서서히 미생물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만 상토나 마사토처럼 인공적인 환경에서는 몇 년을 기다린다하여 미생물 생태계가 형성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배양된 토양미생물 제품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일정한 균형으로 혼합된 유익한 미생물들이 뿌리 주변에 정착하고
  • 영양순환, 병해억제, 뿌리 활성화 등 다양한 작용을 통해 식물이 건강하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건강한 식물은 살아있는 흙에서 자랍니다

좋은 흙은 단순히 “벌레가 없고 깨끗한 흙”이 아니라 미생물 생태계가 형성돼 조화를 이루는 살아있는 흙입니다.

토양미생물은 식물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식물의 뿌리가 “살아있는 흙”을 만났을 때 비로소 그 식물은 건강하게 자라고 열매도 맺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