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365

나무에 1년에 2~3번씩 농약을 살포하는데 자꾸 병충해가 발생할까?

May 24, 2025

정원을 가꾸거나 마당에 나무를 심은 후 방치하다가 병충해를 겪어본 분들은 “1년에 2~3번 정도 농약을 살포하면 병충해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무에 연 2~3회 농약을 살포할 경우 병해충를 대폭 줄일 수는 있지만, 2~3번으로는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나무만 심는 과수원에서도 매월 3회, 연간 15회 방제는 기본

아래 사진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에서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사과 수확을 최대로 하도록 설계하여 사과 농가에 권장하는 기본 가이드입니다.

연간 13회 + 특별 방제 2회를 기본 계획으로 잡아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역별 병충해 발생 상황을 봐가면서 2~3번 정도 추가 살포를 합니다.

과수 재배 경험이 없는 분이라면 "나무가 한 종류 뿐인데 왜 이렇게 자주 약을 뿌리냐"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이것은 사과나무에 발생하는 병충해가 매우 다양한데, 병충해마다 대응해야 되는 시점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심식나방이나 순나방 같은 해충은 알에서 깨어나온 유충이 속으로 파고들어가기 전까지 시기를 맞춰 살포하지 않으면 약이 닿지 않아 효과를 못 내기 때문에 시기를 잘 맞춰 살포해야 됩니다. 이렇게 특정한 시기에 맞춰야 하는 해충의 종류가 너무나 많습니다.
모기 1마리를 죽이면 훗날 번식할 1,000마리를 미리 없애는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99%를 죽여도 살아남은 1%가 다시 번식합니다. 마찬가지로 진딧물, 응애, 노린재 같은 해충은 99%를 죽여도 계속 번식하기 때문에 2~3번의 방제로는 완전한 방제가 힘듭니다.
매화, 복숭아, 사과, 대추가 순차적으로 꽃이 피듯이
병균마다 휴면에서 깨어나활동을 개시하는 시기가 제각각입니다. 살균제는 균의 포자가 휴면에서 깨어난 후에 살포해야 효과가 있고, 포자가 휴면 상태일 때 미리 약을 뿌리면 효과가 없습니다. 모든 포자가 깨어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방제하면 편리하겠지만, 병은 비가 한 번 내리면 급속히 확산되며, 감염된 잎과 과일을 방치하면 회복 불능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릴수도 없습니다.

나무의 종류가 많을수록 발생하는 병충해 종류도 더 많아지고 관리가 훨씬 복잡해집니다.

한 종류의 나무만 심은 과수원의 병해충 관리가 이 정도로 복잡하다면 여러 종류의 나무가 함께 식재된 조경지에서는 병해충의 종류와 방제 방법이 훨씬 더 복잡해지겠지요?

과수원에서 재배 과정의 노동력 분산을 위해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품종을 나눠 심는 경우는 흔하지만, 서로 다른 과수 2가지, 예를들면 사과와 복숭아를 동시 재배하는 과수원은 없습니다. 한 가지 과수만 재배해도 병해충 관리 포인트가 충분히 복잡한데, 두 가지 과수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벚나무만 100그루 있는 곳보다 벚나무, 단풍나무, 소나무가 각각 10그루씩 있는 곳이 면적이 좁아도 수종별로 병해충 특성이 달라 관리가 훨씬 복잡합니다. 수목의 종류가 다양한 곳일수록 연 2~3회의 일괄적인 방제로는 정상적인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됩니다.

그렇다면 연 2~3번 살포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1년에 2~3번이라도 병충해 방제를 해주면

  • 해충의 개체 수 증가를 현저히 억제하고,
  • 병해 발생 밀도를 낮출 수 있으며,
  • 나무의 전반적인 활력을 유지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완벽한 방제를 기대할수는 없지만 피해를 현저히 줄이는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매년 2~3번 방제한다면 언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다양한 나무가 혼재된 곳에서 병해충를 치밀하게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년 2~3번 방제’라는 현실적인 타협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한정된 방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면 가장 효과적일까요?

단순히 달력에 맞춰 두리뭉실하게 농약을 살포하면 그 노력에 비해 방제효과는 현저히 낮을 수 있습니다.

병해충은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수목에 같은 병충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몇년동안 발생한 적 없는 병해충은 올해도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전략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에 발생하지 않았던 병충해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그 대신 최근 발생한 적 있는 병충해에 집중하자.”

이렇게 하려면 다음과 같이 접근해야 합니다.

  1. 병해충이 발생하면 스마트폰으로 근접 사진을 찍고, 어떤 나무몇 월 몇 일쯤 발생했는지 기록해둡니다.
  1. 발생 이력 있는 병충해 위주 방제 : 작년에 발생했던 병해충을 올해 우선적으로 방제하기 위해 방제 적기를 각 수종별로 정리해둡니다.
  1. 최근 발생이 뜸했던 병충해는 과감히 생략하여 방제효율을 극대화합니다.

이렇게 하면 다음 해에는 2~3번으로 횟수를 줄이더라도 그 병해충의 방제 적기에 맞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병해충 방제는 “살포횟수”보다 “타이밍”“발생이력”이 더 중요합니다.

아무것도 기록해둔게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수종별로 알려진 통계적 다발 시기대략적으로 연 3회 방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 정원의 실제 병충해 유입 상황과 동떨어진 처방이 될수 있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어느 시기에 어떤 증상이 발생했는지 기록해두는 것이 방제의 핵심입니다